3 송과체 다시보기

이렇게 최근 들어 송과체에 대한 컨텐츠들이 인터넷 세계에서 무한히 쏟아져 나오며, 우리들의 지식을 더 풍부하게 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볼 때 송과체에 대한 최근의 대안적 담론들은 지나치게 신비주의에 흐르는 경향도 없지 않다. 앞서 본 ‘제3의 눈’에 대한 현대의 이미지들에서도 그런 신비주의적 경향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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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송과체는 엄연히 실재하는 우리 몸의 한 기관이다. 송과체가 그렇게 우리의 뇌 안에서도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중심적이며, 가장 보호 받을 수 있는 위치에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분명히 우리 몸에서 중심적이며, 중요하고, 근본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점들은 신비주의적이며 직관적인 지식 외에도 객관적으로 충분히 입증될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송과체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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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뇌의 활동을 파동의 움직임으로 측정하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뇌과학’ 분야의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 연구 중에서 사람이 음식을 먹거나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송과체 부분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밝힌 연구도 있다. 이것을 지금까지 밝혀진 인간의 생리에 대한 다른 지식에 비추어서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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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과체가 자리 잡고 있는 위치는 뇌 가운데서도 ‘원시뇌’라고 하여, 가장 먼저 형성된 부분에 속한다. 원시뇌란 진화생물학적으로 볼 때 가장 초기에 나타난 단순한 생명체에서부터 있었던 부분이다. (물론 이건 ‘뇌’라는 기관이 따로 분화되어 있는 생물의 경우에 대한 얘기다. 뇌가 없는 생물도 많으니까. 뇌가 없는 생물은 ‘장(腸)’이 뇌의 역할을 겸한다.) 생물이 진화하여 더 복잡한 기능이 추가되면 그 위쪽에 새로운 층이 추가된다. 마치 진주조개 껍질에 붙은 핵 위로 진주물질의 층이 계속 덮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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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뇌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생명체로서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예를 들면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자는 신체의 리듬, 호흡, 생식, 출산 등이다.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이런 것만큼 중요하고 기초적인 기능에 어떤 것이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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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상이, 혹은 환경 요인이, 자신에게 이로운 것인가 아니면 해로운 것인가 판단하는 능력은 어떨까? 끊임없이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요소와 맞닥뜨려 살지 않을 수 없는 생물체로서, 이건 아주 중요한 능력이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새로운 음식, 새로운 사람, 새롭게 주어진 환경 요인과 마주했을 때 우리 몸에서 이에 대해 반응하기 전에 먼저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9 brainscan
만일 그런 판단을 전담하는 기관이 있어야 한다면, 송과체보다 더 적합한 기관을 찾기도 어려울 것 같다. 위치를 봐서도 그럴 것 같고, 전통 사회에서 어디서나 송과체를 가장 중요한 기관으로 간주해왔다는 사실과도 어느 정도 맥이 닿는다.  내가 아는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도, 이 사실을 반증해주는 연구 결과가 있다. 러시아 생체물리학biophysics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음식을 입에 갖다 대는 순간 송과체가 활성화되며 신호물질이 식욕중추를 자극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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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본문을 읽을 수 없고 영어로 아주 짧게, 웬만한 논문 요약보다 훨씬 더 짧게 내용을 소개한 글만 읽을 수 있어서, 더 이상 자세한 것을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몸에서 일어나는 유사한 반응과 유추해보면, 그 과정이 어느 정도 이해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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