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웰빙

8. 송과체와 우리의 웰빙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 우리 몸의 면역기능은 365일 24시간 작동하면서, 우리 건강이 크게 손상당하는 일이 없도록 살핀다. 일상적으로도 몸을 지키지만,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로 어떤 유해요인이 심각하게 몸을 침범할 경우, 총력을 기울여 우리 몸을 보호하려고 노력한다.

.
만일 지금까지 우리가 추론해왔듯이, 송과체가 외부에 존재하는 환경요인을 판단하여 우리 몸의 반응을 조정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여기에도 면역기능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일상적인 차원이 있고, 우리 인생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판단의 차원이 있을 것이다.

.
한 가지 예를 생각해보자. 이사 가야 할 경우 새 집을 구할 때 어떻게 집을 정할까? 우선 대충 자기가 이사 가고 싶은 지역을 정한 후 그곳 부동산 소개소에 가서, 가지격과 크기에 맞추어 몇 군데 둘러볼 것이다. 그 몇 군데 선택지 중에서 최종적으로 이거다, 싶은 그 마지막 결정을 내릴 때 어떤 요인이 작용할까?

.
대개는 그 중에서 뭔가 마음에 드는 집이 있어 그 집을 정하게 될 것이다. 이럴 때 왜 그 집이 마음에 드는지 누군가가 묻는다면 뭐라고 꼭 집어 말할 수 없을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저 그 집이 편안해 보인다든지, 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든지 하는 막연한 느낌에서 결정을 내릴 때가 많다.

.
그런데 이런 종류의 막연한 느낌이 인생에서 정말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다음은 여러분의 ‘느낌’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사진이다. 여러분이 만일 아래 사진이 보여주는 두 곳 중 한 곳에서 살아야 한다면, 어느 쪽을 택하고 싶은지?

7 땅 비교

1번은 한국에서 최고 명당 중 하나로 소문난 마을의 전경이다. 2번은 최근 문제가 있는 땅으로 매스컴을 몇 번 탄 적이 있던 곳의 사진이다. 1번은 오랜 충적토로 안정된 지기 패턴을 갖고 있는 곳이고, 2번은 금속성 광물이 포함된 암반이 많아 지전류 교란이 있을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두 사진이 보여주는 공간이 확실히 다른 느낌으로 느껴졌다면, 그리고 1번이 왠지 더 편안해 보인다고 느끼셨다면, 외부 환경 요인에서 오는 파동에 대해 적절한 판단을 하는 능력이 살아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
‘명당’의 중요성은 여러 문화권에서 오랜 세월 동안 강조되어 왔다. 성서와 같은 오랜 기록에서부터 극히 최근까지의 역사서에서도, 인간은 어떤 큰일을 새로 시작하려 할 때 제일 먼저 하는 것 중 하나가 그 일을 일구어낼 수 있는 좋은 터전을 찾는 일이다. 지극히 당연하다. 인간의 몸/마음은 전기적 신호와 화학적 신호가 끊임없이 교환된 정교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우리가 몸을 담는 외부 공간의 파동은 이런 신체의 파동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어, 이 파동들의 작용을 강화하거나 아니면 교란시켜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
‘웰빙’well-being이란 말은 ‘잘 well 존재하는 것 being’을 뜻한다. 우리가 몸/마음 모두 잘 존재해나가려면, 무엇보다 그렇게 잘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찾아 거기 몸을 담든 게 제일 우선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공간을 찾아내는 능력을 우리 모두 갖고 있으며, 우리의 신체 기관 중 송과체가 그런 능력에 관한 일을 주관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
‘여겨진다’라고 말하면서 답답하다. 이렇게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 우린 아직 사회적으로 합의된 명확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밝혀주어야 할 관련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대해 모르거나 알더라도 외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는 현대 생명과학이 상당히 취약한 부분이다.

.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해 앞으로 더욱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리라고 본다. 21세기 사람들에겐 그게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런 영역 중 많은 부분이 지금까지는 진지한 탐구의 대상이 되지 못했지만, 우리의 진정한 ‘웰 비잉’을 위해 필요한 정보를 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뇌과학 등의 발달에 따라 눈에 보이지 않는 인체의 작용을 정교하게 포착할 수 있는 기술이 상당히 발전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탐구가 훨씬 더 쉬워지고 또 그 결과가 쉽게 공유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