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송과체와 제3의 눈

구글을 뒤져보면, ‘송과체/pineal gland’와 가장 많이 연관되는 단어는 ’제3의 눈/the Third Eye’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앞 그림에서 보았듯이, 송과체의 위치를 바깥에서 보는 좌표로 말하자면, 앞에서 보았을 때 양미간, 즉 눈썹과 눈썹 사이, 옆에서 보았을 때 뇌의 중앙에서 약간 뒤쪽으로 있다. 아주 오랜 옛날부터 양미간, 혹은 그보다 좀 더 위쪽인 이마에 빛이 나거나 눈이 하나 더 있는 이미지는 여러 문화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요즘 송과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양미간에 눈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은 이미지를 많이 사용한다.

8 제3의 눈 고대 및 현대
이것은 송과체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실체들을 감지하는 기관이라는 주장과 관련된다. 사실 인간의 시각은 대단히 제한적이다. 이 세상에는 무한히 다양한 파동(에너지)가 가득한데, 그 중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파장이 380~780nm(나노미터)에 해당되는 에너지뿐이다. 그야말로 태산의 티끌만큼도 되지 않는다. 인간을 외부 환경과 연결시켜주는 감각기관에는 시각 외에도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이 있으며, 이것을 통틀어서 ‘오감(五感)’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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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일상적으로 이용되는 다섯 가지 감각 외에도, ‘육감(六感)’, 즉 여섯 번째의 감각이 있다고 하는 말은 흔히들 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육감이 어떤 것이고 어떤 방식으로 외부의 신호를 우리의 주관에 연결시켜주는지에 대해서는 설도 분분할 뿐 아니라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도 않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대안적 담론에서 송과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것이 시각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제3의 눈이며, 여섯 번째의 감각기관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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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과체와 관련하여 또 한 가지 많이 눈에 띠는 설명은, 이것이 인간의 영성과 관련되어 있으며, 땅에 발을 딛고 살아야 하는 육신을 하늘에 연결시켜주는 기관이라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동양철학(의학)에서 말하는 ‘상단전’인데, 인체의 에너지를 정(精)·기(氣)·신(神)으로 구분했을 때, 영적인 차원의 에너지인 신(神)이 자리하는 장소라고 한다. 인도의 전통철학(의학)에서 말하는 인체의 에너지 중심 7개의 차크라 중 6번째의 ‘안자’Anja 차크라에 해당되며, 이 차크라는 영적 투시력을 담당하는 곳이다. 근대 과학자 중 눈에 띠게 송과체에 관심을 보였던 데카르트는 송과체가 ‘영혼soul의 자리’라고 했다. 이상은 과거로부터 전해져 오는 지식이지만 현대에서도 대안의학에서 중심이 되는 개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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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생물학에서는 송과체가 빛의 자극을 받아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을 생성하여, 인간의 신체 리듬을 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밝힌 외에, 최근에는 디메틸트립타민dimethyltryptamine이라는 신경물질도 생성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물질은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밝혀진 한에 있어서는 인체가 만들어내는 유일한 환각제이다. 이것이 만들어지는 정도에 따라 인간과 유사한 환상적 존재가 보이기도 하고, 자신과 환경의 경계가 사라지는 일체감을 느끼는 등 다양한 환각 현상을 체험한다고 한다.

8 1달러 지폐
이런 초현실적 체험은 종종 ‘지혜’ 및 ‘권력’와 관련된다. 즉 제3의 눈, 시각을 갖춘 두 개의 눈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이 눈을 가진 사람은 그만큼 더 많은 힘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담은 대표적인 아이콘이 미국의 1달러 지폐에 나오는 피라미드 꼭대기의 눈이다. 공식적으로 그렇게 밝힌건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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